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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16일 제8회 일곡 유인호 학술상 보도 자료
home>포럼>제7회
 
 
작성일 : 16-07-15 16:08
[제7회] 2015년 5월 16일 제8회 일곡 유인호 학술상 보도 자료
 글쓴이 : Marx Communnale
조회 : 3,047  
   제8회_일곡유인호학술상_보도자료.hwp (22.0K) [1] DATE : 2016-07-15 16:08:25
   제8회 일곡 유인호 학술상 심사평.hwp (22.0K) [0] DATE : 2016-07-15 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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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일곡유인호학술상 보도 자료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일곡 유인호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일곡기념사업회’가 제정한 학술상으로, 매년 젊은 연구자들이 쓴 뛰어난 진보적 학술서를 선정해서 수상하고 있다. 올해로 일곡유인호학술상은 8회를 맞이하고 있다.

 

 

* 수상작: 정정훈, 『인권과 인권들』, 그린비, 2014

* 수상 상금: 500만 원

* 수상자 약력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現) 수유너머N 연구원, <문화과학> 편집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저서 : <인권과 인권들> (그린비), <군주론 -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그린비), <코뮨주의선언>(교양인, 공저), <불온한 인문학>(휴머니스트, 공저),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중원문화, 공저) 등

 

* 수상식 진행 일정

일시: 2014.05.16(금) 오후 7시

장소: 서강대학교 정하상관(J관)

주최: 일곡기념사업회, 맑스코뮤날레

후원: 진보평론

 

<프로그램>

- 사회 : 심광현(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장)

- 심사평 : 손호철(일곡유인호학술상 운영위원장)

- 시상식 : 김정완(일곡기념사업회 이사장)

- 수상자 수상 소감 발표

 

* 일곡 유인호선생님 소개

일곡 유인호선생님은 중앙대학교 정경대학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1992년 작고하신,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법론으로 ‘학문과 삶',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이루어낸, 학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적 민족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민족적 과제를 제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원조경제의 본질규명에 진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속적 경제발전을 일관되게 비판했으며 공해(환경경제학), 쌀, 식량, 석유(농업경제학, 자원경제학)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출하였다. 게다가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발발 이틀 전에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주도하여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영어의 몸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4년여 해직되기도 했다. (일곡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참조)

 

* 선정작 심사평

최근 젊은 진보적 연구자들이 좋은 저술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어 제8회 일곡유인호학술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결국 제8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의 명예를 거머쥔 책은 정정훈의 『인권과 인권들』이다. 이 책은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학술적 공헌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화 이후 인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학술적인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저작은 현재까지 한국에 나와 있는 인권에 대한 정치철학적 저서 중 이론적으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저작은 단순히 이론적 탐색의 층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실천들 및 인권운동에 대한 구체적 고민들과 직접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기 드문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서는 1장에서 인권 담론이 현재 처해있는 ‘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서, 2, 3, 4장에서 프랑스 대혁명(또는 그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권 운동의 장구한 역사 및 인권 개념을 둘러싼 이론적 논쟁의 역사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5, 6장에서 현재 인권운동을 다시 한 번 급진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점에 착목하여 우리의 논의와 실천을 재조직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까지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권과 인권들』은 오늘날 이론과 (대중운동으로서의) 인권운동의 융합이라는, 일곡상의 취지와 맑스코뮤날레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맑스주의자인 루이 알튀세르는, 사회주의 사상은 노동자 계급의 외부로부터 부르주아 지식인에 의해 ‘수입’ 또는 ‘주입’되는 사상이라고 말했던 칼 카우츠키에 반대하여, 그것은 우연한 계기에 부르주아 계급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노동자 계급의 편에 가담한 지식인이 노동자 계급에 의해 교육받으면서 전적으로 노동자 계급 안에서 발전시킨, 노동자 계급 자신의 사상이며,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지식인이 바로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하는 ‘유기적 지식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정훈의 저작, 『인권과 인권들』 또한, 이런 유기적 지식인의 실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서문에서 ‘제주도에 놀러간다’는 기대에 차서 별 생각 없이 참여했던 2008년 ‘제주인권회의’가 인권에 대한 자신의 소박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으며 그 후로 어떻게 자신을 점점 더 인권에 대한 고민 속으로 몰고 갔는지를 회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정작 자신을 변화시켰던 것은 그 회의에서 토론된 내용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만난 인권활동가들이었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의 지난한 활동 및 투쟁과의 이 우발적이지만 지속된 마주침이야말로 이 저작을 낳았던 근본적인 힘은 아니었을까? 따라서 이 저작은 오늘날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서 있어야 할 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이 저작은 이론적으로, 오늘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자유주의적이고 상투적인 인권 개념 대 이런 개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인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오늘날 급진적인 정치철학적 흐름들 양자를 비판하면서 ‘인권’ 그 자체를 급진적인 정치철학적 실천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맑스주의 이론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권 개념은 사적이고 부르주아적이며 신자유주의는 이런 인권 개념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정훈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하에서 내적이거나 또는 외적인 방식으로 배제되어 있으면서 강력한 시큐리티-통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다수의 빈민대중이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다기보다는 (최근 묵시록적인 SF물에 등장하곤 하는) ‘좀비’의 형상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권리’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매우 근본적이지만 곤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질문은 기존의 강단학계 또는 부르주아적 법이론 내에서는 결코 던져지지 않았던, 아니 결코 던져질 수 없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오늘날 인권을 매우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아렌트, 아감벤, 바디우, 지젝 등과 같은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입장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이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인권사상을 보수주의의 입장에서 비판했던 에드문드 버크의 코드를 은밀하게 재전유하고 있다. 그 코드는, 인권이란 ‘정치적인 것’과 본래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의 권리란 ‘정치적 존재’가 아닌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는다고 가정되는 권리를 뜻한다. 여기서 인권은 단순한 생명으로서의 인간 또는 심지어 동물로서의 인간이 갖는 ‘생존’에 대한 권리를 가리키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비교적 안락한 물질생활(의식주)을 영위할 권리를 가리킬 뿐이다. 따라서 오늘날 바디우를 비롯한 인권 비판가들은 ‘정치적인 것’이란 단순한 생명으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자 애쓰는 모든 불이익과 고통을 감내하고,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불사하면서 어떤 이상적이고 진리적인 가치를 추구하거나 그러한 가치가 구현되는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주체로서 떨쳐나설 때에 출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정훈은, 1789년 이전에 시작되어 1871년 파리코뮌까지 지속된, 장기적인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인권이란 결코 생존 또는 안락함에 대한 집착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으로부터 배제된 자들이 자신을 인간으로 선언하고 그렇게 인정받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담론이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인권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고 있다고 가정되는 권리, 곧 신이나 자연이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부여해준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박탈당한 ‘인간 이하의 인간’ 또는 ‘비인간’이 자신을 평등한 ‘인간’으로 선언하고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함으로써 쟁취하는 권리이다.

 

셋째, 바로 이로부터 그는 ‘좀비’가 빈민대중의 일반적 형상이 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 안에서 인권의 담론이 다시 한 번 재발명되고 정치적으로 급진화될 필요성을 찾아내고 오늘날 인권 개념을 재규정하고 그것의 급진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좀비는 (먹기만 하는) 좀비로 남고자 할 때가 아니라, 인간이 되기 위해 정치적으로 투쟁할 때에만 스스로를 인간으로 만들 수 있고 그렇게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는, “인권은 단지 인간이라는 특권적 생명체의 생존의 유지를 위한 권리가 아니다 …… 동물화된 존재로서의 인간을 위한 권리, 모든 정치적 삶의 형식을 잃어버린 단지 살아 있기만 한 자의 권리가 아니라 …… 정치적 주체화를 시도하는 자들의 권리”이며, 따라서 “인권의 정치란 무엇보다 바로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의 정치적 주체화를 모색하는 정치”라고 말한다(190~91쪽). 따라서 인권의 정치는 인간의 정치가 아니라, (적어도 일차적으로는) 비인간의 인간-되기의 정치이자, 비인간으로 취급받던 자들이 인간의 범주에 스스로를 포함시킬 것을 강제함으로써 인간의 본성 그 자체를 확장적으로 재규정하고 재발명하는 정치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넷째, 그는 인권의 정치를 발본적으로 재발명하기 위해서 스피노자철학에 근거하여 인권 개념을 ‘관개인적인 권리(transindividual right)’로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인권의 정치와 운동들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고 있다.

그는 인권비판 담론들의 문제점을 비판한 이후, 자유주의적으로 변질된, 따라서 자본주의체제에 순응주의적으로 변질된 도덕화된 인권 담론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을 수행하면서 인권에 대한 새로운 정초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저서의 진정한 백미는 5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여기서 새로운 혁신의 토대로 삼고 있는 것은 ‘연합을 통한 개체들의 역량 확장’이라는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자유주의는 어떤 개인이 갖는 개인성이란 그가 타인과 관계 맺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와 관계할 때에만 가장 순수하게 규정될 수 있다는 허구적 신화를 발명해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그런 ‘고립’은 개인적 실존의 파괴, 곧 ‘죽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개인의 개인성은 그가 타자(그것이 타인이든 자연 내의 또 다른 사물이든 간에)와 끊임없이 교통하는 가운데에서만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말하는 ‘관개인적인 권리’를 단순히 ‘집단적 권리’ 또는 ‘집단의 권리’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개인이 권리의 담지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갖는 권리 및 그것의 실효성은 오직 개인들이 서로에 대해 맺는 관계 속에서만 현실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들’을 구분한다. 전자가 어떤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이념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대문자) 인권이 이러저러한 제한과 함께 구체적으로 제도화된 결과로 주어지는 실정적 권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들’의 관계를, 인권들이 결코 (대문자) 인권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으며 (대문자) 인권은 항상 다시 인권들의 제한성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저작은 인권 개념의 발본적인 재발명을 통해서 오늘날 인권의 정치가 지닌 의미와 중요성뿐만 아니라 인권과 인권들 사이에서 맺고 있는 운동적 혁신의 방향과 연대 또는 연합의 새로운 형식들의 발명이라는 실천적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 일곡유인회학술상위원들은 앞으로 이 저작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하여 더 나아간 연구들이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특히, 이 저작은 프랑스 혁명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대한 에티엔 발리바르의 논의를 너무 짧게 다루고 있다. ‘인권과 시민권이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명이 이 책에서 좀 더 분명하게 되었다면,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나 인권의 탈도덕화 및 (재)정치화의 길이라는 문제가 훨씬 더 명료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왜냐하면 ‘정치’는 ‘시민’의 실천이며 그 실천 속에서만 (대문자) 인권과 (소문자) 인권들은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또한, (대문자) 인권을 현실이 무한히 접근해 들어가야 할 ‘규제적 이념’보다는 정치에 대한 보편적 권리로서의 봉기적 시민권의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저작이 학문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바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남겨진 문제’들이야말로 이 저작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개인들 사이의 무한 경쟁을 조직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그 경쟁을 통해 개인을 자유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성들, 독특성들을 파괴하고 있으며 개인들의 자립성, 더 나아가 끝도 없는 자살행렬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들의 실존 그 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인권의 정치가 다시 한 번 급진적인 해방의 정치로 출현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관개인적 성격에 주목하고 연대 또는 연합의 새로운 형식들을 발명하는 실천을 반드시 벌려야 하며 이 저작은 이런 실천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심사에서 탈락한 책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내년을 기약하고자 한다.

 

 

 

 

2015.05.16

일곡유인호학술상위원회 위원장 손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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